의대를 진짜 가야 하는 이유 (타학과와 비교한 의대 장점과 공부량)
- 교육,학벌,직업에 관한 생각
- 2019. 9. 15. 20:27
저는 현재 졸업을 한 후 학사편입을 하여 본과 4학년 이고 (2019년 기준) 의사 국가고시와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번 글은 의대를 갔을 때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상대적으로 다른 과와 비교했을 때 의대의 장점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에는 다른 과를 졸업했고 현재는 의대를 다니고 있고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즉, 비교를 할 수가 있습니다)
의대의 가장 큰 장점은 연봉이나 수입 이런 것을 떠나서 6년을 열심히 살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4년입니다)
고등학생들은 이 글을 본다면 이해가 잘 가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나 직장인들은 분명히 알고 있을겁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명문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를 가도 공대 기준 매일 공부하는 친구들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예과 때는 비교적 다른 학과 친구들과 비슷하게 여유 있는 생활을 하더라도 본과 4년 동안은 같은 학교기준 못해도 2-3배 이상의 노력을 합니다. 아마 이 차이는 지방 사립대 정도의 학교라면 6배 정도의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게 왜 중요한 것이냐?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그냥 공부는 엄청 하면서 힘든데 6년 공부 딱하고 나면 의사가 되어 있습니다. 의대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와 같은 기타 명문대에 보내놓았다면 과연 6년 동안 그만큼의 노력을 했을까요? 제 생각은 NO 입니다. 다른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SKY 중 한 곳에서 4.3 정도의 학점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졸업 기준 10손가락 안에는 드는 학점). 잘 모르는 분들은 이 학점이 밥먹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애들이랑 다 같이 놀고 과외까지 하고 학원알바까지 하더라도 저정도의 학점은 나름 놀아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학점입니다. 물론 저는 PC방이나 당구장에서 죽치고 노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될 때 연애하고 좋은 친구들 몇명 사귀고 여행가고 이런 쪽이 저는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고 좋았습니다
같은 학교의 의대로 편입을 한 후 저는 제가 타 학과를 다녔을 때의 2배 이상의 노력을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중상위권 정도의 학점을 유지합니다. 명문대에서도 이 정도의 노력차이가 난다면 의대와 기타 학과 친구들의 노력차이는 상당한 것입니다
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의대를 갈 수 있는 애들을 만약 다른 학과로 보내면 강제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앞길을 개척하는 친구들은 엄청나게 개척할지는 몰라도, 그 외의 대다수의 평범한 친구들은 좋은 대학에 가도 대학에서 겨우 학점 따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고 시간낭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의대는 다릅니다. 우선 유급제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애들이 정신차리고 공부를 합니다. 그러니까 강제적으로 엄청나게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학점이라는게 단순히 취직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나중에 전공하는 과에 지원할 때도 작용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게됩니다
자 이제 간단하게 남자 기준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20살에 똑같이 1명은 SKY에 1명은 의대에 진학을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타 학과 친구들은 군대 2년 + 4년 =6년을 보낸다고 가정하고, 의대 친구들은 딱 6년 만에 졸업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친구들은 '의사'라는 면허를 획득했습니다. 타 학과 친구들은 학점을 말아먹지 않은 이상 SKY 공대 정도의 학벌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무난하게 취업하게 됩니다. 물론 의대 간 친구들은 미필이고 SKY 공대 졸업한 친구들은 군필이라는 차이가 있죠
그렇지만 의사는 면허라는 무기를 가진 상태이고 다른 친구들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의대가면 인턴/레지던트는 언제하냐~ 군대는 또 어떻게 해결하냐~ 하지만 잘 모르고 있는 겁니다
우선 요즘 기준 인턴/레지던트들 1달 실수령이 못해도 300-350 정도는 됩니다. 이게 연봉 4000-4500 정도는 되는데 대기업 연봉 정도는 받는 것이죠. 그리고 평생 이 정도 연봉 받는게 아니죠. 전문의 따면 1달에 1000만원 정도는 받습니다
자 그럼 군대는 어떨까요? 이제는 군의관/공보의(공중보건의) 월급도 굉장히 많이 올랐습니다
내년인 2020년 기준 공중보건의 월급 실수령이 수당까지 합치면 260만원은 됩니다. 이것도 연봉 세전으로 3600-38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자기의 시간이 엄청많기 때문에 면허를 딴 상태에서 다른 일을 계획할수도 있고, 나가서 봉직의로 일할지 개업의로 일할지 이런저런 고민도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서울대 공대와 의대를 비교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참 많이 돌아다닙니다. 저는 웬만하면 의대를 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2가지 정도 고려해보면 됩니다
첫째, 내가 의사를 하고 싶은가? (환자를 보고 싶은가?)
자, 이것은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는 데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가 어느정도 하고 싶은가입니다
저는 의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의대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면서 힘들 때는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제가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병원 실습을 돌아보고 환자들을 엄청 많이 만나다보니 정이 떨어지는 환자들도 많고 의사가 참 힘든 점이 많은 직업이구나 싶습니다. 단지 일이 고되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이 서류를 다루는 직업보다는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에 관심이 많고 의학을 좋아하더라도 평생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사나 의학에 관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으면서 돈은 벌더라도 행복지수는 높지 않을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로 제 동기 중에는 의대 본과 때 자기 적성이 의학과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림을 그리겠다고 자퇴한 친구도 봤습니다 (오히려 나중 행복지수는 높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의대가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적극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타입이면 공대가 좋을 수 있습니다
의대는 사실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어느 정도 답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고, 환자에게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떤 것들인지 배우는 곳입니다. 의대 교육의 목표 자체가 의료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의술을 익힌 인재들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새로운 수술법을 연구한다고 사람에게 막 시술해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정도 데이터가 쌓이고, 환자에게 동의를 받고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 수년동안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전문의가 되기 까지는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편입니다. 즉, 배우는 입장입니다
반면 공대의 경우 사업을 해볼 수도 있고, 로봇을 개발해볼수도 있고, 스타트업을 해볼수도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들은 가많이 있다고 누가 떠먹여주지 않습니다. 의대의 경우 강제적으로 지식을 떠먹여 주고 이것을 습득하지 못하면 유급합니다. 그러나 공대의 경우 4년 동안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그냥 수동적으로 놀면서 학점만 대~충 딸거면 의대 가십시요. 멍하게 공대 졸업하면 대기업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도 도전해보고 싶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면 공대에 진학해서 더 큰일을 한번 계획해보는 것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부터 공대 계열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의학으로 돌린 경우인데, 공대가 적성에 맞고 본인이 그리는 계획이 있다면 공대 강추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느낀 과별 차이라던가, 의대의 특성이나 의료계의 전망 등등에 대해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제 글이 참고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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