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변명> 장기투자 vs.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애널리스트의 변명> 장기투자 vs.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유통업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박종대 애널리스트의 글이다. 애널리스트 레포트에서의 의견과 실제의견의 괴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글을 써주셨다

 

항상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활동하셔서 항상 도움이 되는 분이다. 개인투자자라면 주식판과 애널리스트 레포트를 현명하게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그들이 내 입맛에 맞춰주길 바라면 안된다

 

개인투자자가 애널리스트들의 레포트를 공부할때에도 도움이 될만한 사실들이다

 

https://m.blog.naver.com/forsword/222444564856

 

<애널리스트의 변명> 장기투자 vs. 애널리스트 투자의견

LG생활건강(이하 엘지생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려서 욕 많이 먹고 있습니다. 투자의견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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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원문--------------------

LG생활건강(이하 엘지생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려서 욕 많이 먹고 있습니다. 투자의견 내리면 항상 먹는 욕이니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만, 오해도 있고, 또 개인투자자분들에게 장기투자의 개념과 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앞 부분은 '변명'이고 뒷 부분은 '잔소리'겠네요. 유튜브 구독자 아래 두분의 댓글은 단순히 제가 개인적인 답글을 다는 선에서 끝날 게 아니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분기 프리뷰 까지 대중국경쟁력확인 등으로 모두 매수의견 이었는데, 실적발표하니까 컨센서스 미달성으로 모조리 매도 또는 중립으로 돌아서는 기관들의 보고서를 보고 웃음밖에 안나오던군요. 과연 전문가들이 맞는지? ...개인들한테 장기투자 하라고 하면서 정작 기관들은 회사에 큰일이라도 난 듯이 팔아제끼고...과연 개인들이 이런 주가흐름을 보고 장기투지하겠다는 맘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 신뢰를 부여하고 키워가야할 주체가 변동성만 크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화도나고 안타까움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실적 발표후 총13개 발간 되었고 그중 유일하게 중립 그러니까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작성 하셨는데 제가 모르는 숫자가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아도 언급하신 6.18 온라인 매출과 캔공장 화재를 모르시진 않았을텐데...이 숫자를 가지고 한달만에 매도 리포트라니 참...환경은 여전한가 봅니다... "

제가 읽고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가끔씩 악플이 달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두번째 댓글 쓰신 분은 제 책을 사서 주변 지인에게 선물까지 주셨다고 합니다. 저를 응원하시던 분이 실망스럽다고 하시는데, 제 마음이 편할 수 없겠죠.

첫째, 엘지생건의 '달라진 것'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듯 합니다. 프리뷰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중국 사업 물류에 대한 우려입니다. 저도 컨콜 때 처음 들은 사업환경 변화입니다. 후 같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한국에서 수출하게 되는데, 중국에서 하역 후 각 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약과 지체가 있는 듯 합니다. 작년 2월 한창 코로나19가 심할 때 각 성 사이 이동이 금지되기도 했잖아요. 그때를 연상케하는 불안감이죠. 물론, 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등 중국 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과도 크로스 체크를 해야합니다.

글로 쓰는 리포트는 그 느낌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유튜브 영상에서 더 강조를 드렸습니다. "이건 새로 부각된 이슈고, 비단 엘지생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장품 업종 전반에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생활용품과 음료부문은 애초 예상 추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장품 부문 실적 추정치가 크게 떨어진 겁니다.

둘째, 제가 두번째 댓글에서 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점은 '환경은 여전한가 봅니다' 라는 문장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중립' 의견으로 투자의견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펀드매니저는 없습니다. 개인투자자들한테도 욕먹을 수 있구요. 혹시, 숏 포지션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음습한'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면, 한국 애널리스트는 그런 짓 하지 않습니다. 일단 롱 포지션 매니저들이 훨씬 많습니다. 해당 업체와도 관계가 안좋아질 수 있습니다. 탐방 거부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치명적입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 애널리스트, 특히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 내리는 리포트에 부담이 큽니다.

 

개인적인 말씀을 드리면, 저는 예전부터 최소한 이런 '눈치보기'에는 벗어나고자 애써왔습니다. 투자의견 내려서 업체에 탐방 거부 당한 적도 여러번 있습니다. 특히, 업종 대표주들에 대해 그런 '보복'을 당하면 애널리스트로서도 데미지가 큽니다. 대표주를 업데이트 못하는데 펀드매니저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고, 리포트를 쓸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지난 15년 동안 소신을 갖고 투자의견 조정해왔고, 그래서 '박종대'의 투자의견은 솔직하다는게 시장에서 신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신뢰가 제 애널리스트 생활의 가장 큰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 투자의견은 어떤 외부 요인 없이 전적으로 제 판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셋째, 장기투자자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 대해서입니다. "개인들한테 장기투자 하라고 하면서 정작 기관들은 회사에 큰일이라도 난 듯이 팔아제끼고..."라고 댓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애널리스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은 1년 이상 장기가 아니라 3개월 정도 단기입니다. 일년에 2~3번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엘지생건이 지난 10여년 동안 주가가 100배 올랐지만, 10년 동안 굴곡이 없었겠습니까? 일년에 최소한 두세번은 주가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회사의 근본적인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아도 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고, 외부 사업 환경은 언제든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적 추정치가 달라지고 주가 하락은 당연합니다. 그런 걸 무시하고, 10년 동안 '매수'를 유지한 애널리스트가 있다면, 오히려 상당히 무책임한 애널리스트일 것입니다.

어떤 분이 위 댓글에 대해 이런 댓글을 또 남겼습니다.

"장기투자 장기투자하지만 정작 기관들도 성과를 내야하니 단타 모멘텀 트레이딩 같은걸 하죠. 애널리스트들 의견 변화야 일상이라. 저는 애널리스트들이 제공하는 수치만 봅니다 그 사람들의 의견은 분기 단위라 그거 듣고는 장기투자 못해요."

상당히 냉소적으로 쓰셨지만, 맞는 말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장기투자 어렵습니다. 내일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어쩔 수 없이 팔아야할 때가 많습니다. 엘지생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매일매일 시장과 자기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기투자는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는 이런 기관투자자를 주 고객으로 합니다. 10년 주가도 맞춰야 하지만, 일년에 2~3번 변곡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게 펀드매니저의 고민이고 애널리스트가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가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게 장기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제 투자의견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엘지생건 중장기 투자의 핵심은 '대 중국 브랜드력'입니다. 그 펀더멘탈이 변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떨어져도 계속 보유해도 무방합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제가 이번에 투자의견 중립으로 내린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중국 물류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인 이슈입니다. 시장은 합리적입니다. 이런 이슈가 엘지생건의 펀더멘탈에 근본적인 훼손 요인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고, 아마 3분기 실적 추이를 관망하지 않을까 합니다.

넷째, 장기투자가 뭔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훌륭한 업체라고 해도 주가는 내내 상승하지 않습니다. 엘지생건을 왜 투자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장기투자가 무조건 답이 아닙니다. 본인의 투자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만일, (A)'엘지생건의 대 중국 브랜드력 제고'를 투자 기준으로 삼았다면, 긴 호흡에서 봐야 합니다. 주가는 여러가지 이유로 조정과 상승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3분기 실적 기대치 하회,' 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물류 지체'로 주가가 하락할 때, 장기투자자라면 무심하게 넘기거나, 저가 매수 기회로 전향적 접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B)'618 행사 호실적'을 이유로 엘지생건을 투자했다면, 주가가 6월 중순 상승했을 때 단기 차익실현을 했어야 합니다. 두 투자 방식은 모두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A) 때문에 엘지생건에 투자했는데, 이번 주가 하락으로 실망했다면, 그건 본인의 엘지생건에 대한 투자 기준에 아직 확신이 없는 겁니다. (B) 때문에 엘지생건에 투자했는데, 이번 주가 하락에 실망했다면, 욕심이 과했던 겁니다. 이미 618행사 이슈 모멘텀은 꺾이고 있었습니다.

연초에 올해는 작년과 달리 상당히 어려운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올해 저는 욕을 많이 먹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칭찬을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사는 게 그렇듯이 주식투자도 항상 좋지도, 항상 나쁘지도 않습니다. 총량의 법칙이라고도 하죠. 작년에는 10개 종목 대충 사면 8개 오르고 2개가 내려서 충분히 수익을 ​내는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충 ​10개 종목 사면 2개 오르고 8개 내려서 손실이 증가하는 시장입니다. 공부를 많이 해도 결과는 안좋을 수 있습니다.

​어떤 구독자 분이 Top Pick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상승장에는 Top pick이 자주 바뀌는 게 오히려 좋았을 수 있습니다. A가 오른 후에 B도 오르니 A로 수익내고 B로도 수익내면서 행복했죠. Top Pick은 상대적인 겁니다. 하락장에서는 그나마 덜 떨어질 종목이 Top Pick이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 샀더니 좀 버티다가 떨어지고, B종목 샀더니 나중에 또 떨어지고, A로 손실내고 B로 손실내고 우울합니다. 횡보장에서는 조금만 수익 나면 차익실현 수요가 증가합니다. 주가 상승이 1개월을 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차익실현을 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갑갑할 수 있습니다. 이게 2021년 올해 주식시장의 성격입니다. Top Pick이 자주 바뀌는 게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제 투자의견 때문이 아니라 올해 주식시장의 성격 때문입니다.

그냥 개념 없는 악플이라면 무시합니다. 그런데, 책까지 구매해주신 분이 이렇게 실망하시니, 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안타까운 마음에 길게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개인투자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오해가 불거질 수 있어서 변명과 함께 잔소리를 늘어놔봤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경험은 나중에 보다 나은 성과를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작년에는 조금 공짜같은 수익이 많았을 것이고, 올해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인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꾸준한 공부를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큰 수익은 10년 한번입니다. 공부는 그때 정말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투자는 일이년 하는 게 아닙니다. 평생하는 겁니다. 긴 호흡에서 끌고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수는 주가가 하락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특히, 펀더멘탈이 좋은 우량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더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주가 하락을 보다 나은 투자 기회로 전환시킬 마음의 여유는 물론 짧은 시간에 갖출 수 있는 멘탈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세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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